로맨스를 다루는 영화 자체를 잘 보지도 않을뿐더러 혹여나 본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 남자 주인공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평소 이런 편견을 모두 깨버렸던 영화와 배우가 있는데, 바로 ‘화양연화’의 ‘양조위’다.
60년대 홍콩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 속 두 주인공인 양조위와 장만옥은 둘의 존재감만으로도 영화 전체를 가득 채우기도 하지만 왕가위 감독 특유의 미쟝셴과 음악이 더해져 과연 이 영화가 단순한 로맨스를 다루는 작품이 맞는지에 대한 의심까지 들게 한다.
특히나, 극중 인물들의 의상은 영화의 영상미를 극대화하는 장치 중 하나인데 그 안에서 양조위의 착장을 보고 있자면 감탄을 금치 못한다. 양조위는 작품 시작부터 끝까지 셔츠와 수트로 표현되는데, 한정된 복식 안에서도 변주를 주는 것이 화양연화 속 양조위 특유의 캐릭터성을 극명하게 나타낸다.
포마드로 잘 빗어올린 머리, 롱 포인트 칼라의 셔츠와 색감이 고운 넥타이, 알맞은 위치에 꼽힌 타이핀과 걷어올린 셔츠 소매는 60년대 홍콩의 고독한 오피스맨을 나타내며, 전체적으로 톤 다운된 수트 색은 기본 베이스의 셔츠에 때로는 기하학적이고 강렬한 패턴의 넥타이로 균형이 맞춰져 더욱 세련되게 부각된다. 무채색 수트와 대비되는 화려한 넥타이의 향연은 영화 내내 양조위에게 매몰되는 장치로 다가온다.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때를 뜻한다는 제목의 화양연화. 지금 시점에 다시 한번 몰입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